3/9 정의당의 문제점

3/9 정의당의 문제점

1.
우선 나는 2012년에는 통진당에 2016년에는 정의당에 비례표를 주었다. 민노당 시절부터 진보정당의 성공을 응원했다.

따라서 정의당을 향해 이 정도 쓴 소리를 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

2.
정치인 심상정은 야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와 동지로서 늘 함께 거론되는 노회찬의 경우 원내 입성을 하려는 이유가 노동자의 권익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측면이라면 심상정의 경우는 언제부터인가 국회의원 자체가 목표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정의당을 창당한 후부터 그녀의 행보를 보면 그 색채가 선명해 보인다.

3.
왜 그런지도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납득은 된다.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을 거치는 동안 당내 노선 투쟁으로 늘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는 당내 PD계열의 숫자가 월등하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항상 NL출신 대의원들에 의해 당내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외적으로는 노회찬과 더불어 가장 이름이 알려졌음에도 말이다.

지금은 별 의미가 없지만 PD와 NL은 한때 개와 원숭이처럼 사이가 안 좋던 시절도 있었다. 민노당 시절에야 그녀도 초선이었으니 잘 모르고 선배들에게 휘둘린 경향이 있었다면 통진당 시절에 당내 내분과 어이없는 정당 해체의 과정을 겪은 후에는 본격적으로 우선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나 싶다.

4.
정치인이 적당한 야심을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그 야심을 채우는데 있어 정치적 대의명분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과정은 가능한 민주적이어야 한다. 이 두가지가 확보되지 않은 야심은 욕심이 될 뿐이다.

가령 김대중은 ‘남북간의 평화’를 노무현은 ‘지역갈등의 극복’을 가장 큰 정치적 대의로 삼았다. 반면 이명박은 대운하니 자원외교니 하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뻤고 박근혜는 아버지의 왕국을 물려받아 여왕이 된다는 꿈만 가지고 있었지 정작 그 백성들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미래통합당을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은 정권을 획득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권 자체가 목표일 뿐이고 명분도 없고 과정도 온갖 더러운 일 투성이다. 정권을 획득해서 안락한 귀족의 삶을 누리기를 원할 뿐이지 국민을 위한 마음은 전혀 없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나라를 팔아 먹을 수도 있는 집단이다.

5.
그렇다면 심상정의 정치적 대의명분이란 무엇일까?

대학교 4학년때 이미 가리봉동 섬유공장에 위장취업을 나가 노동운동과 야학을 했고 이후에 그녀가 걸어온 길은 철저하게 노동자의 위한 삶이었다. 나는 적어도 그녀가 대한민국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일평생 헌신했고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절대적으로 리스펙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치인이 된 이후에 그녀의 행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 이후에는 낙선을 하면 노동현장에서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하는데 원내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투쟁 말고는 딱히 보여주는 것이 없어 보인다. 그 투쟁의 대상도 새누리당, 자유한국당보다 주로 민주당을 대상으로 한다.

6.
그 이유도 물론 정치적인 계산 때문이라는 짐작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어차피 작금의 미래통합당을 때린다고 그쪽 표가 오는 것도 아니고 언론에 노출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재인과 민주당을 공격하면 모든 언론에서 대단히 비중있게 다뤄준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표도 가져 올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 도를 넘어섰다. 특히 조국 정국에서 데스노트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심상정도 완벽하게 흑화 되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7.
나는 이번 선거에 비례정당 관련해서 정의당과는 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쪽이었는데 특히 그제 나온 정의당 비례명단을 보고 나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1, 2, 11, 12, 22번을 청년으로 배정했고 홀수를 여성으로 배정했다. 이중 당선이 어려운 22번만 남성으로 배정했고 당선 가능성은 높은 1, 2, 11, 12번의 청년은 여성으로만 배정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 젠더 이슈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분야의 활동가들로만 후보를 모두 뽑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기계적으로 남녀 5:5로 뽑았으면 그런 시비에서 벗어날텐데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있는 12번까지의 순번 중에서 8명을 여성으로 배정한 것은 가뜩이나 차별 이슈에 민감한 2~30대 남성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지난 20대에는 홀수 여성, 짝수 남성으로만 투표에 의해 선발했다.

8.
문제는 이런 묘한 경선 원칙 때문에 당원투표, 시민선거인단의 민주적인 투표결과라는 것이 완벽하게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전체 득표에서 1~4위까지를 한 배진교(9.54%), 신장식(7.56%), 박창진(7.30%), 양경규(7.21%)는 각각 4, 6, 8, 10번으로 밀렸다. 1위를 한 류호정 후보는 1.76%, 2위를 한 장혜영 후보는 1.62%를 받았다. 즉 이 결과는 당원들과 시민선거인단이라는 외부 여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청년 어드벤티지를 주려면 당선권에서 한 명 정도 주는 것으로 충분한데 당선 가능권 12명 중에 4명을 그것도 여성으로만 배정한 부분은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설령 의도적이 아니어도 2~30 남성들이 보기에는 의도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9.
전문성과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보자. 원래 비례국회의원의 취지는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가져와서 듣기 위함이다. 여기서 다양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분야의 전문성이다.

물론 전문성이라는 것은 살아온 나이에 비례하기 때문에 정치 신인을 발굴하는데 있어 전문성과 상충될 수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 어드벤티지를 주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정의당에서 선발한 비례명단을 보면 전문성을 갖춘 이들은 투표에 의해 선발된 인물들이고 혜택을 받은 인물들은 당에서 혜택을 줘서 보낸 인물들은 다양성이라고 하기에는 또 많이 부족해 보인다.

10.
나는 아프리카 BJ 출신의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은 전직 게임회사 직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번 류호정 후보가 다녔던 스마일게이트라는 회사는 그녀가 주장했던 것처럼 그렇게 열악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자산이 노조 설립를 주도하려고 해서 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은 사측의 해명과 내용이 다르니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이 그 게임회사에서 겪었던 노동환경을 심상정이 겪은 80년대 노동환경에 비유하는 부분이나 그런 환경을 개션하기 위해 자신도 심상정 같은 노동투사가 될 것이라는 인터뷰를 보는 것은 좀 많이 불편했다. 사실도 아니고 현실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11.
2번을 배정받은 장혜영 후보는 발달장애 동생과 살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 보았다. 많은 인터뷰 내용이 있었다. 순탄치 않은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충분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보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개운치 않은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2011년 연세대 신방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시절 ‘이별 선언문’이라는 대자보를 쓰고 공개 자퇴했다는 점과 이후 2년간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녔다는 점이다.

자퇴의 이유는 ‘학교에서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업도 전공과 무관하게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을 4년 동안 들었다고 한다. 그 자체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녀는 어려운 형편 탓에 4년간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 받았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누군가에게 갈 혜택을 대신 누리고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모습으로 자퇴를 했다. 그것도 대외적으로 떠들썩하게 말이다. 내가 이 대목에서 든 생각은 ‘책임감’이다.

12.
학교에서는 본인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자퇴를 하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고,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서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장혜영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로는 적합하다.

하지만 책임의 무게가 무엇보다 중요한 정치인이 되기에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최소한 바로 국회으원 비례후보가 되기보다 몇 년 정도 당직자나 혹은 의원 보좌관으로 일을 하면서 이것이 자신이 원하는 일인지 충분히 판단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특히 장혜영이 조국의 딸 관련해서 정의당이 ‘데스노트를 실행했어야 했다’는 인터뷰에서 대단히 편협한 사고방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가난은 비록 고통스러웠겠만 덕분에 고등학교 대학교를 지원과 혜택을 받아 다녔는데 자퇴를 함으로써 타인이 받을 혜택과 기회를 날려 버린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3.
반면 평생을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찬밥으로 대우했다. 대표적으로 20번을 배정받은 김종철의 경우 서울대 경제학과 시절부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고 졸업 후에는 권영길의 비서부터 시작해서 최근 노회찬의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민노당에서 정의당까지의 노동정책을 만드는데 20년 이상 헌신했지만 당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김종철 같은 전문성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심상정의 팬클럽 회장에게 밀린 것은 정의당이 현재 놓여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점인 것 같다. 심크러쉬 회장인 정민희는 12번으로 정의당의 비례 당선 목표권에 충분히 들어가 있다.

14.
이번 비례 경선에 나온 41명의 이력에서 ‘정의당 당직자’를 제외하고 수궁이 갈만한 이력을 가진 인물은 몇 되지 않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구 NL(인천연합) 출신들이다. 아마 심상정은 4년 간의 당내 내부 투쟁을 거쳐 이번에는 자신이 원하는 공천 명단을 만든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심상정은 당을 장악 했는지는 몰라도 대신 당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극도로 부정적으로 만든 것이다.

20대 후보로 나왔던 이정미, 김종대, 추혜선, 윤소하, 김명미 등에 비하면 전문성과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월등하게 큰 차이가 난다.

이제 여의도 정치를 경험한 전직 의원들이 아마도 모두 원외로 가게 될 상황도 아이러니하다.

15.
내가 정의당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이유는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유시민, 김어준은 여전히 정의당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고 시민연대에서도 여전히 협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만약 그 연대가 합의가 되어 상기 정의당의 후보들을 위해 민주당의 비례표를 줘야 하는 상황이 오면 민주당의 지지율 자체가 상당부분 타격이 올 것이다.

적어도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도 남성들은 대부분 날라갈 것이고 적극적 민주당 지지층도 흔들릴 것이다. 그때부터는 조중동에서는 제대로 후보들의 이력을 파기 시작할 것이고 IMF 사이트에서는 더욱 각종 혐오 내용이 폭발할 것인데 문제는 가짜뉴스가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선동을 하는 것이라 정말로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다.

시민연대에서는 1~15번까지 정의당에 순번을 주고 후 순위 7명만 넣겠다고 했는데도 정의당에서는 모든 비례를 자신들에게 몰아주지 않는 한 절대 협상은 없다고 외치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끝까지 이 기조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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