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정의당 1번 류호정의 문제: 롤 대리 이슈

정의당 1번 류호정의 문제

1.

ESPN의 타일러 에즈버거 기자는 한국 4대 앨리트로 봉준호, 손흥민, BTS 그리고 페이커를 꼽았다. 중국의 시나닷컴에서는 한국의 5대 국보로 봉준호, 손흥민, 김연아, BTS 그리고 페이커를 꼽았다.

일반인들에게 페이커라는 인물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봉준호, 손흥민, BTS, 김연아 등과 같은 반열로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인물이라고 짐작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페이커는 저 위대한 인물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대단함을 갖추고 있다.

페이커의 직업은 롤 프로게이머이다.

2.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 줄여서 ‘LOL’ 혹은 ‘롤’이라고 불리우는 이 게임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하고 있는 것을 넘어 게임을 하지 않는 비게이머들조차 타인의 플레이를 시청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e스포츠의 세계적 확산과 열풍을 가져온 게임이 바로 롤이다.

3.

이 대목에서 ‘e스포츠는 스타크레프트이지’라며 임요환, 홍진호의 이름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나올텐데 100% 아재다.

임요환, 홍진호가 대단한 선수인 것도 맞고, 스타크레프트가 e스포츠의 태동과 같은 역할도 했지만 사실 한국에 국한된 편이다. 해외 팬덤은 한국에 비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롤은 e스포츠의 무대를 전 세계로 옮겼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프로게이머, 프로구단이 생기도록 했으며 그 인기는 기존 인기 스포츠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시켰다.

이미 올림픽의 인기는 가볍게 넘어섰고 북미 기준으로는 NBA보다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IOC에서는 점점 식어가는 올림픽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목소리가 크다.

롤 대회는 나이키가 스폰서로 후원할 정도로 상업적 가치도 높다.

4.

롤은 5:5 팀플이다. 팀 전략과 그 속에서의 개인 기량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축구나 농구 같은 경기를 보는 것과 유사하다. 위대한 팀도 있지만 결국 위대한 선수가 더 주목을 받는 것이다.

페이커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로 수년 동안 각광받는 롤 선수이다. 팀을 위해 헌신 하지만 그 속에서 빛나는 개인기량까지 전 세계 롤 플레이어들과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인물이 바로 페이커 이상혁 선수인 것이다.

BTS가 전 세계 소녀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페이커는 전 세계 소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5.

자, 지금까지는 롤이 한국의 기성세대 관점에서 착각하기 쉬운 단순한 남자애들의 유흥이나 놀이가 아닌 세계적인 ‘문화 트랜드’라는 것을 설명했으니 이제부터 정의당 1번 후보 류호정의 롤 대리 이슈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롤에는 티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티어는 롤 게이머나 시청자들에게는 실력을 상징하는 명예인데 구분은 다음과 같다.

아이언 < 브론즈 < 실버 < 골드 < 플레티넘 < 다이아 < 마스터 < 그랜드마스터 < 챌린저

각 티어에는 또 4단계별로 구분이 되어있다. (마스터부터는 신의 영역이라 예외)

롤을 플레이 하는 목적은 당연히 티어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이다. 설령 재미삼아 시작을 해도 열심히 하게 되는 이유는 결국 티어로 귀결된다.

왜 공부를 열심히 하냐고 물으면 공부 잘해서 명문대에 가고 싶은 욕구와 동일한 것이다.

6.

티어 승급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랭크게임’이라는 게임에서 이기면 MMR(Match Making Rating)에 따라 10~30 단위로 포인트를 준다. 100포인트가 모이면 3판 2선 단계 승급, 그 티어의 최고단계에서는 5판 3선 결과에 따라 승격이된다.

즉 지지 않고 계속 이겨야만 올라갈 수 있는 게임이다. 시즌제다. 참여를 하지 않으면 계속 떨어진다.

현재 약 400만명 정도가 이 게임의 리그에 참여하는데 대다수 플레이어들의 티어는 브실골(브론즈, 실버, 골드)에 해당한다. 플레티넘만 되어도 상위 7%에 해당되는 실력자로 환영받고 류호정이 자신의 등급이라고 속였던 다이아 등급이라면 아마와 프로의 경계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하물며 여성이 다이아 등급이라고 하면 단숨에 주목받을 수 있다.

(아재들을 위해 비유하자면) 롤 다이아 등급은 바둑으로 치면 아마 몇 단 수준, 당구로는 천 다마 이상은 놓고 치는 것이다. ‘롤 폐인’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달성할 수 있는 티어에 해당한다.

7.

롤은 재능과 노력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마스터나 챌린저 리그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재능까지도 필요하지만 다이아 등급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도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만약 수험생이 롤 다이아 등급인데 스카이권 대학에 들어갔다고 하면 난 그를 ‘희대의 천재’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입시비리 혹은 롤 등급 대리를 의심할 것이다. 왜냐하면 다이아 등급이라는 것은 내 일상 생활의 상당한 시간을 롤에 투자를 해야 해당 티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8.

그렇다면 왜 10대~30대 남성들은 롤에 열광하는가?

남성들은 대체로 승부가 있는 스포츠에 열광하는데 모든 스포츠의 영역은 대체로 피지컬에 많이 좌우된다. 하지만 피지컬이야 타고난 것에 가까운데 e스포츠의 경우는 타고난 피지컬의 영역보다는 노력과 연습으로 극복 가능한 두뇌 피지컬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승부가 재미가 있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 e스포츠 영역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바로 롤이다.

물론 나 같은 진짜 아재들이야 롤에서 최소한으로 필요로 하는 피지컬 영역 가령 눈과 손의 빠르기, 심지어 판단력까지 둔해져서 티어 상승이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는 순간 완벽한 관전자 모드에 들어가서 페이커 경기를 보는 것으로 대리 만족하게 된다. 나 같은 아재들 무지하게 많다.

사실 내 경우 골드는 고사하고 실버에서 멈추었는데 게임에서 지는 것보다 플레이를 못하면 같은 편에게 견디기 힘든 수준의 욕설을 듣는 것이 더 스트레스인지라 포기했다.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9.

자, 이제 정의당 1번 류호정 후보의 롤 대리 이슈가 왜 심각한 것인지를 설명하겠다.

첫째 공정성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의외로 타고난 신분의 격차는 인정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공정성에는 민감하다. 둘은 비슷한 거 같지만 전혀 다른 내용인데 가령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 있는 평가에는 부정적이고 객관화 수량화 할 수 있는 평가 방법에는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그 결과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여성 병역의무, 경찰공무원의 남녀 체력검정기준 문제 등에 대단히 예민해 지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 병역의무 청원’이 그 시대를 살아온 남성 입장에서는 너무나 황당한 요구라 생각해서 ‘허허’ 웃고 넘겼지만 받은 혜택은 전혀 없는데 2년의 시간을 국가를 헌신해야 하는 그 또래의 남성들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공정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20대 남성 지지율을 많이 까먹은 측면이 있다.

물론 공정함과 공평함은 다르다. 지금 20대 남성들의 분노는 무조건적인 공평함을 추구하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와 민주당에서는 그런 불만이 발생하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심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일베나 극우에게 선동 당하기 쉬운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가 지금의 (10대 후반부터) 20대 남성들이 놓여 있는 현실이다.

10.

롤 다이아 등급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해서 유지해야 가능한 등급인데 그것을 남친이 대리로 획득했다는 것은 황희두의 말대로 대리시험을 봐 준 것과 동일하다. 그것도 수능을 한번 대리시험 봐 준 것이 아니라 내신에 포함되는 모든 시험까지 말이다.

그 결과 지방 사립대학에 갈 정도 수준인 수험생이 스카이권 대학에 진학하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당연히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민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경원 아들보다 더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나경원 아들은 비록 서울대 실험실을 빌려 서울대 교수, 서울대 박사 급의 논문 지원 혜택을 받았지만 적어도 SAT, AP 시험과 같은 객관적 시험에서는 분명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11.

둘째는 정직함이다.

나는 몇몇 대학에서 특강의 형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대학에 교수를 사칭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또한 나는 배운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스스로를 단 한번도 지식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호칭인 ‘선생님’이라는 말 조차 낯 간지럽고 대단히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류호정이 롤 다이아를 사칭한 것은 내가 강연 몇 번 했다고 대학교수를 사칭하는 것과 진배없는 일인 것이다. (사실 류호정의 그 베짱이 놀랍고 부럽기도 하다)

다만 그 거짓 하나로 나는 그녀가 주장하고 있는 수많은 내용들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었다. 당장 그녀의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을 가져온 스마일게이트에서의 해고 사유가 ‘정말 노조설립을 주도했기 때문인가’라는 부분조차 말이다.

나는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탄로날 거짓을 하는 정치인은 정말로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12.

세째, 류호정의 사과문이라고 어제 올라온 글을 보니 더 실망스럽다.

자신은 롤 대리의 결과 책임을 인정하고 게임 동아리 회장직을 물러섰고, 금전거래도 없었고,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대회에서의 반칙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스마일게이트의 해직과 롤 대리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아니 한 것만 못한 사과다.

류호정은 아프리카tv에서 롤 관련 개인 방송을 했다. 티어가 골드인 일반인이 방송을 한다면 시청자들에게 비웃음 외에 받기 힘들다. 이화여대 학생이 다이아 등급이라고 하니 시청자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 방송에서 별 풍선 하나라도 받았다면 그건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것이다. 오세훈이 선의로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 용돈을 주었다고 해도 선거법 위반인 것처럼 말이다.

롤 대리가 해직과 연관이 없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화여대 게임동아리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그 회장으로서 중견 게임사의 기획직 인턴(내가 아는 회사다), 그리고 아프리카tv 활동, 스마일게이트 입사 등에 영향을 준 것은 타당해 보인다.

사실은 롤 대리를 하지 않고도 충분하게 갈 수 있는 길인데 류호정은 쉽고 빠른 길을 택했다. 반칙을 써 가면서 말이다. 이건 좀 안타깝게 생각한다. 충분하게 재능이 있는 친구 같은데….

13.

네번째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비록 내가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는 노병에 불과하더라도 게임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한 마디 해야겠다.

“게임인이 보기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친구가 하필 게임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국회에 가는 것이 나는 지극히 불만스럽다” (사실은 이 부분이 가장 크다)

여성들의 관점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와 여성이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끼기에는 그 대상이 박근혜라면 너무 부끄럽지 않겠는가? 내가 게임업계에 오래된 종사자로 류호정을 보는 관점이 그렇다.

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게임업계 1호 국회의원이지만 노동자가 아니고 또 그가 게임이나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난 임기 때 딱히 보여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딱히 잘못한 점도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선이 되어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여력이 있다면 다음 회기에는 부디 업계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14.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류호정이 정의당 비례후보를 사퇴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그럴 자격도 없고 내가 사퇴하라고 그녀가 사퇴를 할 가능성도 없다.

다만 롤 대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알리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의 분노할만한 지점을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물론 나도 아재인지라 내가 20대 남성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꼰대스러운 발상이기에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것 정도로 정리하자.

이 글의 핵심은 민주당은 정의당과 연대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한번 더 강조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다. 유시민, 김어준 같은 사람은 그런 주장을 함부로 할 수 없으니 나 같은 듣보가 (다행히 많은 구독자와 공유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니) 알리는 수밖에 없다.

게임을 대신 플레이 해주는 것은 별 거 아니라고 넘길 나보다 더 심각한 아재들이 민주당 내 의원 및 당직자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인식일 것 같아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주기 위해 쓰는 글이다. 다른 때 보다 신중하게 쓰는 글이기도 하다.

덜컥 정의당과 연대하면 표 우수수 날아가는 것은 당장 415 총선 눈 앞에 결과일 것이고, 앞으로 50년 이상 투표권을 행사할 젊은 세대들의 상당수가 영원히 민주당을 외면할 수 있으니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15.

끝으로 게임, e스포츠에 대해 당내에서 전문가를 좀 육성했으면 한다.

지금 당장 20~30대 남성뿐만 아니라 10대들까지 게임과 e스포츠를 모르고는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권자를 이해 못하는 정치인이란 버림받는 정치인이 되는 지름길이다.

나는 하태경, 이준석 따위가 e스포츠에 가장 관심이 많은 척 아젠다를 점유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못해 울화통이 터진다.

민주당에서 황희두를 영입한 것은 대단히 현명한 행동인데 선거용으로 한번 쓰고 버리지 말고 잘 키워 나가고, 특히 현역 의원 중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젊은 남성들을 포용하는 의원이 이제는 한명 쯤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민주당내 의원들은 충분하게 많으니 이제는 젊은 남성 유권자, 혹은 잠재적 유권자들을 위해 ‘함께 게임하는 형’ ‘함께 e스포츠 응원하는 누나’ 같은 역할의 의원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지금보다 민주당의 젊은 남성들의 지지율은 대폭 올라갈 것이다.

꼭 필요한 부분이니 민주당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해당 내용을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황희두 한 명에게 그 일을 다 맡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재정 의원이 나선다면 내가 무료자문이라도… 아차차 이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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